2024 포춘쿠키즈

정서재현

시침과 분침이 12를 떠나 두 바퀴를 돌면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오늘이 된다. 이 순환을 몇 번 더 반복하고 나면 달력도 한 바퀴를 돌아 다시 1로 돌아온다. 시침과 분침이 회전할 뿐이고, 달력이 한 바퀴를 돌았을 뿐인데 사람들은 숫자가 1을 가리키면 자꾸만 새로운 마음을 먹고, 기대에 부푼다. 지난 ‘나'가 자꾸만 아쉬워 새로운 ‘나’로 살겠다며 새해 결심을 하고, 지난 해와는 다른 일들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며 점쳐보기도 한다. 앱스도 마찬가지로 새해를 맞이해 지난 앱스와는 다른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새해에는 어떠한 일들이 펼쳐질까 궁금해 우리들의 동료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얼마나 내 안에 갇혀 있는지 알아차릴 때마다 떠오르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 그 마음과 그 얼굴로부터 배우고 싶었다.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하나의 입과 두개의 귀가 있다는 것. 말하고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인터뷰집을 만들었다. 그 능력은 우리의 시선을 이동하게 한다.” ㅡ 이슬아, 『깨끗한 존경』(서울: 헤엄, 2019), 6-7.


새로운 앱스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우연에 맡겨 앞으로의 열두 달을 점쳐 보고자 이번 호는 포춘 쿠키로 가득 채웠다. 앱스의 고정 코너인 포춘 쿠키는 인터뷰 형식을 취하지만, 대화의 방향은 그때 그때의 우연에 맡긴다는 슬로건 아래, 딱딱한 질문과 답변이 아닌 대화를 목적으로 진행해왔다. 이번 호 앱스는 포춘 쿠키의 형식에 따라, 비평 웹진 운영진, 작가, 비평가 등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동료들에게 그간의 활동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물었다.


김여명은 앱스와 같은 비평 웹진을 꾸려 나가면서도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마코와 물질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마테리알의 필진을 만났다. 이들은 각각 어떻게 모여, 어떻게 편집을 하고, 앞으로 어떠한 일들을 도모하고 있는지 들려주었다. 김호원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자연과 인공, 인간과 비인간과 같은 전통적인 경계에 도전하는 미미박과 동양화 재료로 다차원의 공간적 환영을 만들어내는 이안 하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유진영은 노혜리와 장소통역사(익수케, 최추영)와 함께 물질적, 비물질적 장소를 이동하는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서재현은 옆나라에서 전시를 보고 글을 쓰는 콘노 유키에게 한국어로, 즉 그가 규범으로 배웠다는 의미에서 ‘부국어'로 글을 쓰는 것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황재민은 기획자 이상엽과 대화하며 그의 그간의 작업을 하나 하나 연결하고, 평론가 나원영에게 인터넷 사람으로서의 경험과 작업을 연결한다.


설날을 맞이해 앱스의 동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 독자 여러분께 포춘 쿠키를 보내드린다. 한 해를 또 다시 기대하는 마음으로 뽀개보시길. 🥠📜